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바이올렛-신경숙

바이올렛~ 2012. 1. 7. 17:53

"서양 사람들은 바이올렛을 '이오의 눈'이라고 부른다더군."

"이오라니? 그게 뭐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가엾은 여인이지.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이야.

최고신이자 천하의 바람둥이인 제우스가 그녀에게 반했다네.

어느 날 이오가 산책을 하고 있을 때 하늘을 먹구름으로 덮어버리고

이오를 덮친 거지. 그런데 제우스의 마누라인 헤라는 질투의 화신아닌가.

남편의 동정을 늘 지켜보고 있는데 저기 지상에서 이상하게 먹구름이

이는 모습을 보고 가까이 다가간 거야.

제우스는 먹구름을 거두고서 헤라를 속이려고 이오를 흰 소로 만들어버렸어.

이 신화에서 가장 슬픈 대목은 흰 소로 변한 이오가 아버지를 만나는 대목이야.

아버지인 강이 이오를 못 알아봐. 어떻게 알아보겠나, 소로 변해버렸는데.

귀엽다고 등을 쓰다듬어주기만 하고 자기가 찾는 딸인 줄을 모르는 거야.

이오가 내가 당신이 찾는 딸이라고 말을 하면 할수록 이오의 목에선

소 울음소리만 나오는 거야. 흰 소가 된 이오는 발굽으로 땅에 글씨를 써서

겨우 자신이 이오임을 아버지에게 알려."

"슬픈 이야기군. 그런데 이오라는 여인과 바이올렛은 무슨 상관이야?"

"제우스가 그래도 자신이 사랑했던 이오가 잡초를 뜯어먹는 게 가여웠던지

이오의 눈동자를 본뜬 꽃을 이오의 주변에 만발하게 했어.

그게 흰 바이올렛이야. 이오의 눈동자라네. 가엾은 이오는 온갖 수난을 다 겪지.

이오니아 해라는 바다 이름도 그녀에게서 유래했다고 해.

암소로 변한 그녀가 건넌 바라다는 거지.

제우스가 헤라와 화해한 다음에야 그녀는 비로소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해."

 

"바이올렛의 보랏빛은 붉은 피가 말라붙어 바랜 색깔이야.

바이올렛으로 목걸이를 만들어 성모 마리아의 제단을 장식하기도 해.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렸을 때 바이올렛 그림자가 십자가에 드리워졌기 때문이래.

기독교 교회의 장례에 보라색 옷을 입는 이유, 미망인의 보랏빛 수정.......

모두 바이올렛에서 얻어온 거야. 이 꽃은 몹시 까다롭지.

햇빛을 너무 많이 봐도 시들어버리고, 물 줄 때도 잎사귀와 꽃에는 안 닿게 들고

뿌리에만 줘야 해. 그런데 재미있는 건 잎사귀가 뿌리를 만든다는 거야.

잎사귀를 따서 물 속에 담가놓으면 거기서 뿌리가 내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