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으로 들어서면서 거리엔 봄빛이 완연합니다.
서릿발같이 매섭던 추위가 오래도록 성질을 부리는 바람에
과연 봄이 찾아오기는 하는 걸까 미심쩍더니 어느새 따사로운 햇살아래
여기저기 피어난 꽃들이 새봄이 왔음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이 햇살 좋은 4월의 13일에 염창동 친목회에서는
경기도 장흥의 대궐산장으로 봄맞이 야유회를 다녀왔습니다.
아침 아홉시 반에 모여 한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버스 두대에 나눠 타고 달립니다.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봄이 한창인게 아주 근사해 보입니다.
길가에는 샛노란 개나리가 별무더기를 뿌려놓은 듯 찬란하고
군데군데 하얀 목련꽃이 날아오를 듯 우아한 자태를 뽐냅니다.
조금 멀리로는 연분홍 벚꽃이 솜사탕처럼 달콤하니 화사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속까지 환하게 물들이는 듯 합니다.
임진강가 수양버들의 휘휘 늘어진 가지에도 연두색으로 물이 올라
어느 위대한 화가가 일필휘지로 척척 그려낸 한폭의 동양화 같이 아름답습니다.
병아리 깃털같은 봄의 부드러움이 천지에 가득 차오르니
추운 겨울을 견뎌내느라 움츠러들었던 가슴에도 어느새
노랑으로 연분홍으로 파릇한 연두색 물결로 젖어들며 설레입니다.
이윽고 대궐산장에 도착해 2시간 정도의 앵무봉 산행을 시작합니다.
해발 622m의 고령산 앵무봉은 경사가 꽤 가파르게 보였는데
아직 봄소식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는지 꽃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어쩌다 마주치는 진달래꽃이 부끄럼 타는 새색시의 볼처럼
곱디 고운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줍니다.
갈색천지인 산에 산수유를 닮은 노란색 생강나무꽃이 드문드문 피어
진달래꽃과 더불어 이곳에도 봄이 왔음을 알리는 듯 합니다.
왕년에 산에 좀 다녔던 실력으로 처음엔 선두에 끼었다가
몇년 쉬느라 바닥난 체력으로 점점 뒤쳐지기 시작합니다.
남들은 정상에 거의 올라갔을 무렵 꾀가 난 세사람의 여인네가 만나
양지바른쪽 산중턱에 주저앉아 수다삼매경에 빠져버립니다.
이름에 벌써 막강한 스케일이 느껴지는 한국과, 대한부동산 틈에서
국적불명의 애매한 이름인 테크가 어정쩡하게 끼어 얘기를 나눕니다.
할일없는 요즘, 사무실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가에서부터
일도 안되는데 인내력 테스트하는 진상손님에 대한 경험담까지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고갑니다.
햇살 그윽한 산중턱에서 봄의 생기와 마주하며 보낸 시간에
그동안 불경기로 울적했던 마음이 저절로 치유되는 듯 아늑해집니다.
올라갈 때 선두였는데 중간에서 내려오는 바람에 하산도 선두로 내려옵니다.
대궐산장에서 토종백숙, 오리볶음 등으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자유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족구하는 사람, 배드민턴 치는 사람, 노래방 기계로 노래부르는 사람......
나는 쑥뜯는 아낙네들 틈에 끼어 산 가장자리에 올라가 쑥을 뜯습니다.
두세시간 뜯으니 비닐 봉지에 담은 쑥이 제법 됩니다.
보물찾기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 한 후 저녁무렵 서울에 올라옵니다.
저녁 먹을 사람은 식당으로 모이고, 아닌 사람은 그냥 귀가합니다.
나는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마신 맥주와 안주로 배가 불러 그냥 집으로 향합니다.
눈부시게 화사한 봄빛속에 보낸 하루가 이렇게 마쳐졌습니다.
너무나 고요했던 일상에 상쾌한 봄기운을 만나 행복했던 하루였습니다.
덧붙여서......
뜯어왔던 쑥으로 국을 끓이며 요리 잘하는 친구에게 어떻게 해야 맛나냐고 물었습니다.
양파와 다시마, 멸치로 육수를 낸 다음 건져낸 국물에 된장 풀어넣고 팔팔 끓을 때
쑥을 넣고 조갯살 있으면 같이 넣어 끓이라 합니다.
시키는대로 했더니 꽤 맛이 좋은게 쑥 고유의 향기까지 더해 제법입니다.
쑥국을 먹어본 기억이 없는 우리 아들은 무슨 국인지 아느냐고 묻자
서슴없이 시래기국이라 대답해 한바탕 웃게 만들더군요.
쑥의 효능은 항암작용, 노화방지, 여성질환 예방등 여러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어려운 경기로 봄이 왔어도 느끼지 못하고 보릿고개, 춘궁기라는 단어만
머릿속에 맴돌았는데 이제 봄의 기운을 담뿍 머금은 쑥국까지 끓여 먹었으니
진짜 봄을 맞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에 죽은 듯 얼어붙었던 가지에도 잊지 않고
꽃이 피어나고 새싹이 돋아나는 것처럼
우리네 일에도 희망의 새싹이 파릇파릇 피어오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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