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여행기, 풍경

삼각산의 가을 속으로

바이올렛~ 2010. 11. 8. 13:42

11월로 접어든 거리는 가을이 한창이었다.

오색으로 물든 단풍은 완연한 가을색을 띄우며

가는 계절을 아쉬워하는 듯 곱게 물들어 있었다.

이 아름다운 가을을 그냥 보낸다는 건 자연에 대해...

떠나는 계절에 대해 보내는 이의 자세가 아니리라.

 

가끔 문학소녀 흉내를 내는 걸 즐겨 하는데 

서늘한 바람 한줄기 휘익 지나가는 공허한 가슴 한켠

욕심껏 가을을 담고 화려한 정취에 흠뻑 취해 보고 싶어졌다.

그래, 어쩌면 이번 가을과의 마지막 만남일지도 모르는데 

어디든 가 보자...

 

낯선 산악회... 낯선 사람들과의 첫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아직도 덜 자란 성격 탓에 낯을 가려 친구를 대동하고서였다.

먼저 다가서지 못하는 내 성격에 친구와 같이 안갔으면

많이 뻘쭘했을 것 같다.

 

불광사를 시작으로 북한산 둘레길을 돌 때는

그냥 마을 뒷산 언저리를 도는 것 같았다.

단풍은 아름답고 또 화려했지만...

동네와 맞닿은 위치라 손쉬운 것에의 가벼운 존재감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새로운 동경심으로 

뭔가 많이 아쉽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은 삼각산의 충실한 산세에 금방 가셔졌다.

깊이 들어갈수록 산에서 느껴지는 내밀함은

알면 알수록 진심이 묻어나는 이에게서 풍겨지는 그 느낌과 닮아 있었다.

떨어진지 얼마 안된 낙엽은 발밑에서 포근했고

바위는 단단하고도 유연했다.

코끝에 감도는 솔향은 늦가을의 분위기에 맞게 더 깊고 그윽했다.

 

넉넉하면서 여유로웠던 삼각산...

그 든든한 품안에서 나무들은 마음놓고 더 치장할수 있지 않았나 싶다.

구기동 쪽으로 하산하기 전 마지막 쉼터에서 마주한 단풍숲은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웠으니...

마지막 열정을 아낌없이 불사르기라도 하는 듯

곱디 고운 모습으로 이별하려 하는 저 사물들...

낙엽으로 지기 전의 나뭇잎, 석양의 노을,

그리고 떠나가는 계절... 상실감...

눈물이 날만큼 그저 찬란하기만 이 가을...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 속에서...

가을이 그렇게... 삼각산의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