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마지막 주 일요일의 감악산 산행은 가을을 알리는 들꽃을 테마로 삼아
'들꽃산행'이란 그럴듯한 이름이 붙어 올라왔다.
제목이 그럴싸 해 유혹도 느껴진데다 이번 산행을 주관하는 원학수 사장님의
은근한 압력을 거부할 수 없어 염창동에선 일곱명의 인원이 참석하게 됐다.
덕분에 이번 산행을 총괄한 분과 선두 리더를 맡은 분 등 멋진 남정네 두명과
어여쁜 여인네 다섯명이서 즐겁고 화기애애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추석명절 뒤끝이라 참석 인원이 많지 않아 집행부에서 고민하는 눈치더니
당일날인 아침 8시 반, 발산역 그랜드마트에 모인 인원은 총 37명이었다.
출발하면서 산행에 관한 여러가지 의례적인 절차가 끝난 다음
TV로 일본과의 17세이하 세계여자축구 결승전을 시청했다.
연장전 후반전 경기부터 시청했는데 3;3 동점으로 끝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차기 끝에 결국 1점차로 우리 팀이 우승했다.
어디에 비교할 수 없는 짜릿한 기쁨에 갑자기 차 안이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10시 쯤 감악산에 도착, 가벼운 몸풀이 체조를 하고
이번 산행에서 리더를 맡으신 경명현 사장님의 안내에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처음 대하는 감악산의 느낌은 한마디로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함 같은 것이었다.
멋내지 않은 나무들과 자갈이 많아 거칠거칠한 산길,
그저 정직하게 몸으로 힘들여 일하는 사람같은 모습...
꽃도 잘 안 보이는데 이게 무슨 들꽃산행이냐고 따지고 싶은 마음일 때
한번씩 눈에 띄는 꽃들이 그러지 마라고 달래듯 하는게 더 순박해 보인다.
12시 쯤 정상에서 점심으로 각자 싸온 음식들을 펼치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맛있는 음식들에 포만감을 느끼며 단체사진 찍고, 동별로 찍고, 끼리끼리 또 찍은 다음
법륜사 쪽으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하산하면서 보는 풍경은 올라올 때 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촌뜨기 아이가 자라면서 때깔을 벗고 어른이 되어가듯 남성적인 야성미마저 느껴진다.
온갖 풍상을 이겨내고 바위를 뚫으며 자란 소나무의 형상이 멋지고도 경이롭다.
내려올수록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고 그럴싸한 그림에 꽃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띈다.
벌개미취, 쑥부쟁이, 며느리밥풀꽃...
맑고 높게 열린 하늘은 가벼운 솜털구름을 드리우며 어느덧 가을이 깊어감을 알리고
눈부신 가을 햇살 속에 내가 살아있음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계곡에 발 담그고 하루 산행의 피로를 씻어낸 다음 고양시 화정에
정영미 실장님의 분위기 있는 벌집삼겹살 집에서 식사시간을 가졌다.
깨끗하고 맛깔스런 음식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이 좋은 사람,
혹은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을 여행하고 맛있는 식사를 할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살아갈 우리의 삶에 진정으로 행복을 느낄 날이 그 얼마나 될까...
모든 음식이 나무랄데 없이 맛있는데 마지막에 입가심차 먹은
김치말이 국수는 정말 시원하고 내 입에도 딱 맞았다.
아침에 떡과 물까지 제공했는데 남은게 없을 거라고 식사할 기회가 있으면
많이 애용해 주십사 하는 원학수 부회장님의 특별한 당부가 건성으로 들리지 않는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진행을 맡은 원학수 부회장님, 첫머리에 올린
'들꽃'이란 시를 암송하시곤 산행하면서 본인이 지은 시라고 들려주신다.
-파란 하늘에 눈을 씻고
맑은 바람에 가슴을 씻고
그 안에 너를 담는다.
하~!!
사람들이 감탄의 소리로 화답한다.
진작에 글솜씨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 보니 제법이시다.
문학청년이라 이름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감악산이 거리상 가까운 곳에 위치하다 보니 일정이 평상시보다 일찍 마쳐져
다른 때와 맞춰서 귀가해야 다음이 편하다고 일부러 여흥시간을 갖게 되었다.
오늘 생일을 맞으신 이재희 사장님을 위한 축하송을 부른 다음
행주산성 부근 무슨 공원인가에 버스를 대고 노래방기계에 맞춰
1시간 정도 노래를 부르는데 가수들이라선지 기계조작인지 전부 100점이다.
난 기가 죽어 끼지도 못하고 차창밖 강변풍경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어둑한 강건너 저편에 저물어 가는 노을빛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얼마만에 보는 노을빛인지...
아득한 가을 하늘 저편에서 점점 아련해지다가 사라져가는 노을...
노을이 지나가자 잔잔한 강물 위로 가로등 불빛이 스며든다.
그것은 이쪽 강가에 둘러 서 있는 나무들의 실루엣으로 해서
더욱 몽환적인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돌아오는 차창밖 동쪽 하늘에 추석을 지낸 달이 둥실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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