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여행기, 풍경

서산 팔봉산 후기

바이올렛~ 2010. 8. 23. 11:34

 

내 고향에 자리한 서산 팔봉산은 여러가지로 내게 특별한 산이 되고 있다.

5년 전쯤, 사무실 앞에 붙은 산악회 전단지를 보고 처음 따라간 산이 팔봉산이고

소위 산행 후기라는 걸 처음 써 본 것도 팔봉산이다.

 

이번에 얼떨결에 다시 가게 된 팔봉산은 지난 봄,

수리산 산행후 강산회를 따라간 첫 원정산행이며

내가 강산회에서 산행 후기를 써 보는 최초의 산이 되기도 한다.

 

아침 7시 10분, 발산역 그랜드마트에 도착하자마자 별르신 듯한 원학수 사장님

보고 싶은 분이 이분이라고 정학주 사장님을 소개할 때부터 조짐이 이상했다.

성원이 돼서 출발하며 오늘의 산행을 총괄하는 홍혜련 사장님의 산행에 대한

여러가지 안내와 당부가 있은 다음 김동희 회장님의 인삿말씀,

박병구 지회장님의 인삿말까지 있으신 다음 각자 자기 소개가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마이크 잡은 원학수 사장님,

따질게 있다고 정학주 사장님을 부르고 나를 다시 불러낸다.

 

강서지회 카페에 올린 글들에 팬이라며 댓글로 격려해 주신 정학주 사장님과

같은 성씨여서 어쩌다 장난삼아 오라버님, 동생이 되었건만

한동안 별 반응들을 안 보여 내심 좀 이상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여러 사람 앞에 세워놓고 웃음을 주게 될 줄이야...

 

정학주 사장님을 들여 보내고 다시 차은하 사장님을 불러낸 원학수 사장님,

얼마 전 쓴 글에 달렸던 댓글을 보고 시 하나씩 암송하라 시키신다.

느닷없이 한 수 읊는데 자신 있게 읊을 줄 알았던 시가 중간에 아슬아슬 엉키더니

마지막 한 구절에 가선 갑자기 생각이 안나 뜨악해졌다.

다행히 그 시를 알고 계셨던 지회장님의 도움으로 간신히 마무리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내용이라든가 어조가 외우기 편한 시라

암송했다가 한번씩 써 먹어도 괜찮을 듯 싶어 여기에다 그 시를 적어 놓아 본다.

 

 

 

        낙 화

                     -이 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쌓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

이윽고 버스는 내 고향쪽 너무나 눈에 익은 풍경속을 달려 팔봉산에 도착하고

원학수 사장님의 구령에 의해 몸풀기 체조를 한 후 산행을 시작한다.

연일 폭염이라는 기상예보대로 엄청 더운 날씨에 너나 없이 땀이 비오듯 흐른다.

서둘지 않고 천천히 산행 하며 한번씩 맞는 골짜기 시원한 바람은 

산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상쾌함을 선사해 주고 있었다.

 

해발 362m 정상을 찍고 적당한 곳에 자리잡고 먹는 점심 맛은 정말 꿀맛이다.

각자 차려 온 반찬을 골고루 집어가며 먹은 다음 

나무 그늘에 누워 한 잠 자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다시 움직인다.

 

올망졸망하고 아기자기한 3시간 정도의 팔봉산 산행을 마친 뒤

주차장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20분쯤 달려 연포 해수욕장에 도착.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수욕장으로 나가는데 나와 김용순님은 그만 꾀가 생겨

피곤하니까 버스 안에서 잠이나 자자고 합의를 보고 의자에 기대 잠잤다.

 

얼마나 잤을까, 밥 먹으라는 연락이 와 지정해 놓은 식당에서

시원하고도 맛있는 박속낙지연포탕을 먹었다.

어느 정도 다 먹어갈 즈음 식사를 마치고 나온 정학주 사장님이 보여

염창동 팀에 합류하시고 장난기 발동한 원학수 사장님에 의해

술 한잔씩 따라놓고 엄숙하게(?) 남매 결연식이 맺어졌다.

주례를 맡으신 지회장님, 오빠 동생 하다가 나중에 여보 당신 하더라며

실없는 농담으로 초부터 치신 다음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잘 사실 겁니까?" 하며 얼렁뚱땅 주례가 넘어갔다.

근데 여기에 주례가 왜 필요한건지ㅎㅎ..

몇사람의 증인앞에서 그렇게 결연식이 맺어졌는데 난 기분이 많이 상했다.

 

왜냐하면...

왜?

왜??

 

강산회 국경일로 정해야 될만큼 중대한 자리에 사진 한장도 없냐 말이다ㅋㅋ

사실 카페에 글을 올려놓고 아무 반응이 없으면 그것만큼 썰렁한 것도 없다.

성의껏 댓글을 달아주고 호응해 주는 데에 신나서

글 올린 사람은 글을 더 쓰게 되는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는가?

별 재주도 없이 올린 글에 잘 썼다고, 잘 읽었다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을 보면 참 고맙다.

그렇게 시작된 일이 급기야 오늘 결연식까지 맺어졌으니...

오늘의 일들이 산행 후기를 쓰게 하려는 원학수 사장님의 음모임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낑낑대며 후기를 올리는 난 정말 착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원학수 사장님, 공지사항이라며 여러 사람 앞에서

남매결연 사실을 공표하고 남궁성 사장님의 사회로 2부 오락시간이 주어졌다.

하나같이 빼어난 노래 실력들에 가수들만 모아 놓았나 했다.

그중에서도 고1이라는 정영미 실장님의 따님은 어디서 초대가수를 불렀나 싶을만큼

성량도 풍부하고 정말 노래를 잘 했다.

그리고 그 엄마인 정실장님의 시 낭송도 정말 멋졌다.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을 낭송한대서 그렇게 긴 시를? 하며 걱정했는데

많이 해본 솜씨인듯 흔들림없이 잘 풀어내서 아까 대충 읊었던 내가

좀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

 

산행을 주관하신 분들의 빈틈없는 계획으로 너무 늦지 않은 시각인

8시 반쯤 서울에 도착해 서로서로 인사 나누고 오늘의 일정을 무사히 마무리 지었다.

처음 따라간 강산회 원정산행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난 처음 알았다.

즐거움을 주시고 애써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고

다음에 또 함께 할 기회를 가져 보리라 기대한다.

그리고 고향이 같은 서산이신 이강식 사장님의 시계와 쌀 선물

너무 고맙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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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강산회 게시판에 올려야 하는데 울 사무실 컴퓨터가 고물이 돼가면서

강산회 게시판이 안 열립니다.

클릭해서 장면 바뀌는 것까진 되는데 창이 하나 뜨는 건 한사코 거부해서

할 수 없이 여기에 올립니다.

이 기회에 그동안 애쓴 컴퓨터 안락사시키고 새로 장만하고 싶지만

일도 안되는 데다 없는 집에 제사 돌아오듯이 돈 쓸일은 왜 이리 많이 생기는지...

큰아들 대학 등록금에다 기숙사비, 고딩 아들 등록금도 만만치 않네요.

인터넷광고 만기 됐으니 계약 갱신하라고 매일 창이 뜨고

대출 상환기일도 차례차례 돌아오니 에효~

큰 건 하나 터트리든지, 은행을 털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