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비가 참 많이도 왔었다.
특히 주말에는 거의 빠짐없이 왔던 듯하다.
주말이면 어디론가 마냥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음의 갈피가
올해는 비 핑계로 내내 집안에서만 여름을 보내게 했는데
9월이 들면서 햇빛 쨍한 날이 계속되자 또 마음을 들썩거리게 했다.
그래서 일요일의 장봉도 섬산행 공지는 보는 순간 구미가 확 당겼다.
지리적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면서 산과 바다를 품을 수 있고
산행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아 부담이 덜 되어 이거다 싶었는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많았는지 참석한 인원이 35명이었다.
10시 10분, 삼목 선착장에서 장봉도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지리하게 내리던 여름 비가 그친 후 며칠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오늘은 파랗게 열린 하늘에 햇살은 강했지만 바람이 소슬한게
제대로 된 가을맞이 여행기분을 안겨주는 듯했다.
가없이 넓은 하늘엔 하얗게 펼쳐진 새털구름이 평화롭다.
승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쫓아 날아드는 갈매기떼도 귀엽고 정겹다.
출렁이는 물살을 가르며 배가 40분쯤 달려 장봉도에 도착,
해변을 끼고 걷는 발길에 가을이 더욱 가까이 느껴진다.
투명하고 맑은 날씨 덕분에 멀리 트인 시야가 왠지 가슴시리게 하는데
섬이라선지 산에 오르며 이쪽 저쪽으로 보이는 바다가 또한 일품이다.
산과 들을 수놓으며 소박하게 피어 있는 야생화가 많이 눈에 띈다.
하늘하늘 피어있는 연보라색의 개미취, 작은 꽃잎이 올망졸망 매달린 오리방풀,
풀숲에 숨은 듯 청초하게 핀 보라빛의 산도라지, 노랗게 빛나던 금마타리,
입에 쌀을 문 형상을 해서 가난한 집 며느리의 슬픈 전설이 깃들인 며느리밥풀꽃,
저마다의 특징과 아름다움을 간직하며 말없이 피어 있는 들꽃들이
섬에서 주는 아련함과 함께 더 애잔함을 풍긴다.
12시 좀 넘어 적당한 장소에서 각자 준비해온 점심으로 오손도손 모여 식사한 후
가막머리인가, 다시 한고개를 넘은 뒤 오늘의 산행 일정이 마쳐졌다.
벼이삭이 패이기 시작한 들길을 걸어걸어 버스을 타고 배를 타고
다시 삼목선착장에 도착해 운서역 근처 보쌈집에서 뒤풀이까지 마쳤다.
2차로 노래방이 계획돼 있었지만 바쁘거나 음주가무가 친하지 않은,
또는 체력미달의 우리 몇사람은 그냥 일찍 돌아온다.
돌아오면서 공항철도 안에서 바라보는 차창밖 풍경이 제법 볼만 하다.
물이 빠져 속살을 드러낸채 넓게 펼쳐진 바다와 멀리 보이는
저무는 하늘의 석양빛, 수많은 형태를 보이며 펼쳐진 구름떼.
하늘이 멀수록 가슴은 눈길은 더 깊어지는게 아 정말 가을이구나 싶어진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한 멋진 산행,
가슴에 품은 아름다운 정경들, 함께 나눈 좋은 추억
이 모두를 함께 할수 있었음에 진심으로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다음에 또 좋은 추억 함께 할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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