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한 생각
명상은 조용히 지켜보는 일이다.
사물의 실상을 지켜보고 내면의 흐름을,
생각의 실상을 고요히 지켜보는 일이다.
보리달마는
'마음을 살피는 한 가지 일이
모든 현상을 거두어들인다'고 했다.
지식은 기억으로부터 온다.
그러나 지혜는 명상으로부터 온다.
지식은 밖에서 오지만
지혜는 안에서 움튼다.
안으로 마음의 흐름을 살피는 일,
이것을 일과 삼아 해야 한다.
모든 것이 최초의 한 생각에서 싹튼다.
이 최초의 한 생각을 지켜보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명상은 안으로 충만해지는 일이다.
안으로 충만해지려면
맑고 투명한 자신의 내면을
무심히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명상은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는 훈련이다.
명상은 절에서, 선방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활짝 열기 위해
겹겹으로 둘러싸인, 겹겹으로 얽혀있는
내 마음을 활짝 열기 위해
무심히 주시하는 일이다.
참고 견딜만한 세상
저마다 자기 나름대로의 꽃이 있다.
다 꽃씨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옛 성인이 말했듯이,
역경을 이겨내지 못하면
그 꽃을 피워 낼 수 없다.
하나의 씨앗이 움트기 위해서는
흙 속에 묻혀서 참고 견뎌 내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래서 사바 세계,
참고 견디는 세계라는 것이다.
여기에 감추어진 삶의 묘미가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사바 세계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한다.
극락도 지옥도 아닌 사바 세계,
참고 견딜 만한 세상,
여기에 삶의 묘미가 있다.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너에게 주어진 몇몇 해가 지나고 몇몇 날이 지났는데,
너는 네 세상 어디쯤에 와 있는가?'
마르틴 부버가 <인간의 길>에서 한 말이다.
이 글을 눈으로만 스치고 지나치지 말고
나직한 자신의 목소리로
또박또박 자신을 향해 소리내어 읽어 보라.
자기 자신에게 되묻는 이 물음을 통해
우리 각자 지나온 세월의 무게와 빛깔을
얼마쯤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때때로 이런 물음으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지난 한 해를 어떻게 지나왔는지,
무슨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이웃을 만나 우리 마음을 얼마만큼 주고받았는지.
자식들에게 기울인 정성이 참으로 자식을 위한 것이었는지
혹은 내 자신을 위한 것이었는지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안으로 살피는 일에 소홀하면
기계적인 무표정한 인간으로 굳어지기 쉽고,
동물적인 속성만 쌓여 가면서
삶의 전체적인 리듬을 잃어버린다.
우리가 같은 생물이면서도 사람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되돌아보면서
반성할 수 있는 그런 기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나직한 목소리로 물어보라.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이와 같은 물음으로 인해
우리는 저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진정한 자신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삶의 가치와 무게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할 것인가도
함께 헤아리게 될 것이다.
인연
인연이란
마음밭에 씨 뿌리는 것과 같아서
그 씨앗에서 새로운 움이 트고
잎이 펼쳐진다.
인연이란
이렇듯 미묘한 얽힘이다.
어느 길을 갈 것인가
우리 앞에는 항상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놓여 있다.
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각자의 삶의 양식에 따라서
오르막길을 오르는 사람도 있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사람도 있다.
오르막길은 어렵고 힘들지만
그 길은 인간의 길이고 꼭대기에 이르는 길이다.
내리막길은 쉽고 편리하지만
그 길은 짐승의 길이고 수렁으로 떨어지는 길이다.
만일 우리가 평탄한 길만 걷는다고 생각해 보라.
십 년 이십 년 한 생애를 늘 평탄한 길만 간다고 생각해 보라.
그 생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그것은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오르막길을 통해
뭔가 뻐근한 삶의 저항 같은 것도 느끼고
창조의 의욕도 생겨나고,
새로운 삶의 의지도 지닐 수 있다.
오르막길을 통해
우리는 거듭 태어날 수 있다.
어려움을 겪지 않고는 거듭 태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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