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여행기, 풍경

가을의 맛과 향에 취하다-문경새재 후기

바이올렛~ 2013. 10. 16. 16:52

어느새 가을이다.

언제부터인지 피부로 느껴지는 바람이 상쾌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맑다.

그날이 그날같은 일상을 벗어나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드는 날씨다.

 

드높게 열린 하늘이 마냥 푸르기만 할 것 같은 10월의 한복판

야속하게도 염창동에서 문경으로 야유회를 떠나던 날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모처럼의 가을 여행에 비라니...

혹시 빗길에 버스라도 미끄러질새라 안전벨트를 단단히 맨다.

 

짙게 드리운 먹구름에 빗속에서 좀 성가스러워지겠구나 걱정된다.

그러나 행선지에 가까워지면서 비구름도 옅어지고 멀쩡한 날씨를 보인다.

비로소 차창밖으로 펼쳐진 가을 들녘이 눈에 들어온다.

노란색으로 익어가는 황금빛 논과 곱게 물들어가기 시작하는 단풍,

하나 따서 베어물고 싶은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린 창밖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해지며 풍성함을 느끼게 한다.

 

문경에 도착해 예약해뒀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비오기 전에 먼저 레일바이크를 타자 해서 불정역으로 향한다.

한조에 세명씩 짝을 이뤄 한편으로 강이 흐르는 철로를 가르며 달린다.

노란색 들국화와 하얀색 구절초가 예쁘게 핀 산자락을 지나면서

야생의 꽃들에서 풍겨져 나오는 가을향기에 황홀해진다.

 

모노레일을 타고 촬영장으로 올라간다.

'가은', '근초고왕', '천추테후' 등

몇개의 사극을 촬영했던 장소를 둘러본다.

세트장이 높은데 자리하고 있어 내려다 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구비구비 산자락에 조금씩 가을이 내려앉기 시작하고

비가 올듯 머금은 물기에 산은 더욱 고요하다.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가는 길을 몇명은 그냥 걸어서 내려온다.

제2, 제3 촬영장을 지나 석탄박물관에 도착한다.

지난날의 생활을 떠오르게 하는 석탄박물관에서 '그땐 그랬었지' 하며

옛추억에도 잠겨보고 실제 갱도였던 자리도 둘러본다.

이곳의 탄광에서 채굴된 탄을 실어나르던 철로가

지금은 레일바이크로 바뀌었으리라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오늘의 일정에 그냥 보내긴 서운했던지 기어이 조금씩 비가 내린다.

 

마지막으로 송어회를 먹으러 식당으로 이동한다.

단언컨대 오늘의 압권은 이 송어회가 아닐까 싶다.

점심 먹은지 얼마 안돼 배가 부른데도 연신 입으로 들어갈만큼 너무 맛있다.

채썬 야채에 콩가루와 마늘다대기, 초고추장을 넣고 비벼서

송어회와 곁들여 먹으니 말 그대로 입에서 살살 녹는다.

 

좋은 가을날에 맛있는 먹거리,

즐거운 놀이가 있어 더욱 흐뭇한 여행이 되었다.

이렇게 저렇게 살아나가는 세상살이,

무채색 천지이던 바탕에 조금은 예쁜 무늬로 칠할수 있었던 것 같다.

빡빡한 일상에서 머리는 비워내고 마음은 채워온 하루였음에

또 하나의 추억을 보탤수 있어 참으로 행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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